ETRI, 방사능 노출 대폭 줄인 엑스선 소스 개발

경제와 산업 | 2020-01-15 15:31:00

차진희 기자

사진 제공=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사진 제공=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엑스선(X-ray) 촬영 시 방사선 노출은 줄이고, 영상 화질은 높이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아날로그로 작동해온 엑스선 소스의 작동 방식을 디지털로 바꿔, 향후 의료 영상 장비 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개발된 탄소나노튜브 기반 디지털 엑스선 소스는 기술적 우수성을 인정받아 미국 응용물리학회(APL), 나노 테크놀로지 등 학술지에도 게재됐다.

엑스선 소스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전자빔과 금속을 진공도가 높은 공간에서 충돌시켜 만든다. 이 과정에서 전자빔을 발생시키는 과정에 따라 엑스선 소스의 작동 방식이 결정된다. 기존에 사용해온 아날로그 방식은 필라멘트를 2,000℃까지 가열해 전자를 발생시켰다. 방사능 피폭 위험과 영상 선명도·검사 시간 개선의 한계가 있어, 국내외 연구진은 새로운 전자빔 발생 방법에 대해 연구해왔다.

ETRI는 탄소나노튜브 전계방출 전자원 제작기술, 진공 밀봉 엑스선 튜브 설계·제작기술, 전계방출 디지털 엑스선 소스 구동을 위한 능동 전류 제어 기술 등을 활용해 기존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탄소나노튜브 전자빔의 수명을 결정하는 메커니즘 규명과 함께 엑스선 튜브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국내 연구진은 기존에 사용된 가열 방식을 바꿔 전기 신호를 이용해 전자빔을 발생시켰다. 온도조절 기반의 가열방식은 방사선 방출량을 즉각적으로 제어할 수 없었다. 반면, 전기 신호를 사용하면 전자가 방출되는 정도를 직접 제어할 수 있어, 필요한 순간에만 엑스선을 방출할 수 있다. 이 방법을 통해 노출 수준을 기존 대비 50%로 낮출 수 있다. 여기에, 피사체의 움직임을 고려해 전기 신호를 제어한다면 최대 10%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아날로그 방식은 십 밀리초(ms) 수준으로 전류를 제어할 수 있다. ETRI의 디지털 방식은 수백 나노초(ns) 수준으로 제어할 수 있어 최대 1만 배 이상 빠른 속도로 엑스선 촬영을 할 수 있다. 엑스선 영상 촬영 시,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촬영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 잔상은 줄이면서,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됐다.

ETRI가 개발한 엑스선 튜브는 고온 진공 밀봉 기술로 만들어졌다. 이를 디지털 방식으로 제어해 크기가 작고 가벼우며 응용화가 쉽다. 또한 진공 밀봉 시 세라믹을 사용해 제품 수명을 늘렸다.

건전지(AA) 크기의 제품화가 가능하면서도 엑스선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현재 7개 업체에 기술이전 됐다. 그중 치과용 진단 장비업체는 일본에서 휴대 촬영용 엑스선 부품을 전량 수입해왔다. 이번 기술이전으로 기존 부품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업체 또한 이온나이저(ionizer)를 디지털 튜브로 대체해 디스플레이 업체에 호평을 받았다. 이온나이저는 산업용 생산 라인에서 정전기를 없애주는 장비이다.

송윤호 ETRI 소재부품원천연구본부장은 "오랜 기간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부품을 혁신적인 신기술로 대체함으로써 단순 국산화를 넘어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모범적인 사례가 됐다"라고 밝혔다.

김진성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도 "ETRI의 기술로 엑스선의 정밀한 제어가 가능해 방사선 노출 걱정을 줄이면서 영상 특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ETRI는 본 기술을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차진희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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