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인터넷의 등장은 우리 사회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연결과 공유가 만들어낸 무한한 가치는 정치, 경제, 사회문화 전 영역에 위대한 혁신을 가져왔다.
인터넷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인공지능(AI)의 발전이 기존 인터넷이 가지고 있던 확장 지향성을 더욱 강화하리라 생각한다. 이와는 정반대로, 전문가들은 AI의 발전이 새로운 내셔널리즘을 야기할 것이라 분석한다.
내셔널리즘은 한 나라의 주권이 해당 나라 내부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다.
인터넷은 네트워크의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의 이익이 커지기 때문에 새 접속자를 반긴다. 반면 AI는 인식과 판단에서 가치를 만든다.
일상에서 구글 안드로이드가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를 누리고 있다고 가정하자. 메일, 결제, 일정 관리, 영상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용자가 이 중 한두 가지만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자연스레 기업 간, 나아가 국가 간 편 가르기, 견제, 경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 표면화되는 미·중 AI 갈등
미·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국 AI 기술 기업 보호를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 2월 트럼프 행정부는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 유지(Executive Order on Maintaining American Leadership in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AI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자국의 핵심 기술을 경쟁국에게서 보호하기 위함이다. 본 조치는 기술 혁신 촉진을 위해 AI 기술은 국가 내에서 보호받아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 정책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중국은 'AI 국가대표팀'으로 불리는 AI 오픈 플랫폼 15대 기업을 선정했다. 또한 지정 기업의 기술 혁신, 기술 사업화를 적극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두 나라의 자국 기술 보호책은 글로벌 AI 시장에서 갈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2019년 미국은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인 'Entity List'를 발표했다. 센스타임, 매그비, 아이플라이텍 등 중국의 유망 AI 기업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이는 중국 AI 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로 해석된다.
◇ 세금·프라이버시, 다가오는 AI 쓰나미 대항할 유럽의 경계선
유럽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AI, ICT 기술·산업에 있어 미·중의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두 나라에 비해 AI 부문의 경쟁·견제는 심하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AI 기업의 향후 영향을 고려해 세금, 프라이버시를 내세워 보호하려 노력하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IT 기업은 돈은 타국에서 벌지만, 세금은 본사가 있는 국가에만 내왔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프랑스 상원은 세계적 IT 대기업이 프랑스에서 번 연간 총 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일명 구글세를 의결했다.
프랑스의 결정에 힘입어 다른 유럽 국가들도 동일 법안 도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프라이버시 보호·데이터 보호 규제다. 글로벌 ICT 기업에 대한 유럽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이다.
지난해 1월 구글은 프랑스에서 이 규제에 따라 5,700만 달러 벌금을 부과받았다.
◇ 군사 강국의 AI 투자, 신무기 개발로 이어져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은, 단 한 번의 폭발로 7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 일본 정부는 폭발 이후 방사선 피폭 등 2차 피해로 약 25만 5,000명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추정한다.
현대 물리학의 발전으로 과학자들은 핵분열의 원리를 발견했다.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함께 과학자들의 순수한 열정은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간 핵무기 개발로 이어졌다.
이렇듯 과학 기술의 발전은 무기 개발로 이어지고, 정치·군사·견제의 판을 바꿀 열쇠로 떠오른다. AI 기술 혁신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국가 간 AI 개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부분 역시 군사기술이다.
제3차 상쇄전략(The Third Offset Strategy)은 AI와 무인 무기를 인간의 보조자로 활용하는 것이다. 미국은 본 전략을 발표한 뒤, 전반적인 국방 관련 시스템에 AI·무인 무기 기술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중국은 더욱 적극적이다. AI를 군사전략 의사결정에 투입할 계획이다. 보조자로서 AI 무기기를 개발하는 미국과는 다른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또 다른 전통 군사 강국 러시아는 자국이 보유한 기존 무기에 AI를 결합해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무기의 성능 개선에 AI를 활용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채택했다.
박미소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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