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③] 재정정책, 벼랑 끝 돌파구 찾은 유럽

미국, 대선 앞두고 재정정책 합의 '불투명'

경제와 산업 | 2020-10-23 00:05:00

박성진 기자

전세계를 움직이는 절대적 정책에 대한 우위는 미국에 있다. 그러나, 최근 정책 추진력 기대가 집중되는 곳은 유럽이다.

미국과 EU의 정책 추진력을 본다면 단연 미국이 그 어느 국가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특히 유럽은 통합된 재정정책을 펴기에는 구조적 결함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정책에 대한 기대'의 방향이 서로 엇갈리기 시작했다. 미국은 11 월 대선을 앞두고 재정 부양책 논의가 지지부진해진 반면, 유럽은 'EU 경제회복기금 합의'를 기점으로 고질적이었던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와 행보를 보여주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와 2010년 재정위기는 유럽의 구조적인 한계점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였던 지난 10년간, 유럽은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주기적인 '해체설'에 시달려왔다.

한 나라의 재정이 위험해질 경우 다른 역내 국가들에 부담을 전가할 수 있음을 체감한 이후, 유럽 내 선진국들은 '개별 국가들은 자국의 정부부채가 다른 국가들에 피해를 끼치지 않게끔 알아서 잘 관리하라'는 재정규율을 내세우면서 짐을 같이 짊어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왔다.
2021~2022년 회복기금 국가별 보조금 배분, 자료: European Commission
2021~2022년 회복기금 국가별 보조금 배분, 자료: European Commission
자연스럽게 유럽 국가들의 최우선 책무는 재정 건전화였다. 실제로 지난 10 년간 거의 유일하게 GDP 대비 정부부채를 뚜렷하게 줄여온 지역은 유로존이었다.

하지만 결국 그 기간 동안, 유럽은 저성장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모든 경기부양의 짐을 짊어졌던 ECB 는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을 제대로 밟아 보지도 못한 채 다시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고질적인 유럽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다.

유럽이 최근 EU 차원의 대규모 공동채권 발행과 개별 국가 무상 보조금 지원을 골자로 하는 경제회복기금(Next Generation EU) 합의를 도출해낸 것은 태생적 한계였던 재정문제를 의미 있게 건드린 사건으로 기록될 중요한 분기점이다.

이번 기금의 최대 수혜국은 어려운 재정상황을 겪고있던 와중에 극심한 코로나 충격을 마주했던 이탈리아 등 남유럽국가들이다. 경제위기가 분열로 연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하게 재정비용 분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선진국가들이 인정한 결과물이다.

특히, 이번 변화는 유럽이 향후 몇 년간은 재정건전화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회복과 성장을 우선순위에 둘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기후 변화와 디지털 혁신을 골자로 하는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가 기대된다.

이번 합의는 유럽의 '해밀턴 모멘트'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 초대 재무장관이었던 해밀턴이 독립전쟁 이후 미국 주들의 부채가 급증하자, 이를 연방국채로 통합해 개별 주들의 파산을 막으면서 강한 연방국가로 발돋움했던 시작점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번 합의는 경제를 넘어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진전임에는 틀림 없으며, EU 공동채권 발행 및 활성화는 역내 재정통합 논의를 이어가게 하는 수단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큰 정책 여력과 글로벌 중앙은행이라 불리는 연준,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음에도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합의점을 쉽게 내지 못하고 있다.

대선 일정이 미국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논쟁 중심에 있는 실업수당 자체가 정치적 쟁점이 되기 쉬운 사안이라는 것도 원인이다.

'일하지 않는 자에게 국가의 돈을 지급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의견과 '코로나라는 외부 충격으로 인한 실업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므로 국가가 지켜주는 것이 맞다'는 주장은 결국 가치관 차이에서 비롯한다.
아직은 연방정부 지원이 필요한 실업자들, 자료:BLS
아직은 연방정부 지원이 필요한 실업자들, 자료:BLS
문제는 도덕적 해이 용인 없이는 현 위기를 벗어나기까지 더 많은 피해를 감내해야 할 수 있어 중간에서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는 것이 현재로서 최선이다.

대선이 공화당과 민주당의 “한발 양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절벽은 피해야 하기 때문에 합의는 어떻게든 도출되겠지만 이번 부양책은 올해의 마지막이자 대선 전 정부의 마지막 부양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 부양책은 대선과 의회선거로 만들어질 정부가 제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는 그 과도기 동안의 경기 충격을 방어하는 선에서 과도기적인 합의 정도로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박성진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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