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는 2000년대 초반 국제학업성취도평가 PISA에서 높은 수준의 학업 성취도와 학교 간 낮은 교육격차로 교육시스템이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PISA 2018에서 이전보다 학업 성취도는 내려갔지만 학생의 복지를 유지하면서도 여전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OECD 국가 중 가장 적은 학교 간 성취 격차를 증명하며 다시 한 번 교육선진국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에르끼 아호 연구원은 "인구 500만의 농경 중심 작은 나라에서 지금까 지의 경제 성장을 이루고, 복지국가를 만들어 낸 것은 교육 분야에 엄청난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한편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소(THL)는 학교폭력 실태를 알아보기 위하여 2년 주기로 ‘학교건강 증진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조사 결과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한 4∼5학년생은 7%, 8~9학년생은 6% 그리고 일반 고등학생 1%, 직업학교 학생 4%였다. 괴롭힘 피해 비율은 2000년 초반부터 증가했으나 국가적인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한 2008/9년 기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지난 10년 간 감소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같은 조사에서 학생 절반 이상은 학교에 가는 것이 즐거우며 교사가 자신의 삶에 관심이 있다고 느낀다고 응답했다.
지금의 결과에 이를 수 있었던 것은 핀란드가 PISA 발표 이후 교육선진국으로서의 인기를 누리던 시기에 학생들의 웰빙(well-being)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PISA 결과와는 달리 세계보건기구 WHO가 내놓은 학령기 아동들의 건강행동 보고서 HBSC에서 핀란드 학생들은 낮은 학교 만족도를 보였다.
핀란드에서 1980년대부터 연구되기 시작한 따돌림(bullying) 현상은 1990년대에 이르러 급격한 증가로 사회 문제로 대두되었다. 당시 핀란드의 피해 학생 비율은 국제 기준으로는 평균보다 약간 낮았지만 북유럽 국가 기준에서는 높은 수치였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핀란드는 국가적 차원에서 따돌림 예방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관련 정책시행을 통해 학교폭력 피해 비율을 낮출 수 있었다.
핀란드 교육문화부는 2005년 학교복지위원회를 출범하여 투르쿠 대학교 연구팀에 괴롭힘 방지 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키바 코울루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의 이름은 핀란 드어 ‘괴롭힘에 맞서다(Kiusaamista vastaan)’ 각 단어의 앞 두 글자씩 따서 ‘Kiva(좋은)’ 그리고 학교를 의미하는 코울루를 합쳐 키바 코울루가 되었다.
2007~2008년도 시범운영을 거쳐 본격적으로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종합학교 1~9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방관자 교육에 집중한다. 가해자나 피해자보다는 방관하는 주변 학생들의 공감, 자기효능감, 괴롭힘에 대한 저항적 태도의 증진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둔다.
키바 코울루 프로그램은 담임교사에 의해 연중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초등 1~3학년, 4~6학년, 중등 6~9학년 총 9년 동안 3단계로 이루어지는 키바 코울루 프로그램은 단기적인 프로젝트가 아닌 학생들의 발달단계에 맞게 유기적으로 지속되는 영구적 프로그램임을 보여준다. 운영 시간은 한 달에 한 번씩 일과 중 총 20시간 정도의 수업이 진행된다.
프로그램에는 역할극, 토론, 영상 시청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괴롭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온라인 프로그램 등 학생들의 흥미를 자극하며 참여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키바 코울루 운영 과정중에는 쉬는 시간 감독자가 밝은색 조끼를 입음으로써 학생들이 괴롭힘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괴롭힘 발생 후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대화와 토론을 통해 학생 스스로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본다. 즉 처벌은 중심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안의 종결에 있어서는 성인이 개입하여 가해와 피해자를 구분하게 된다.
만약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각 학교나 지방자치단체의 기준, 또는 기본교육법에 따라 결정한다. 이 과정은 사안에 관련된 학생들과 성인들이 분리되어 이루어진다.
키바 코울루 프로그램은 도입 초기 교육부의 지원으로 약 90%의 초등교육에 전격 도입하며 학교폭력 감소에 놀라운 효과를 보였다.
도입 이전인 2008 년에 30.5%가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것에서 6년 후인 2014년에는 20.6%로 약 3분의1이 감소했다. 하지만 2016년부터 라이선스 비용을 도입한 이후로 학교들의 참여율이 약 절반으로 줄어 현재는 약 900개의 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도입 이후 시대에 맞게 개정되지 않은 점이나 해결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트라우마를 남긴다는 비난 여론도 생겨나고 있다. 키바 코울루 도입 10년이 지난 현재는 그 대안으로 개별 학교들이 자율적으로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다른 학교폭력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실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체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에도 여전히 많은 학교들이 키바 코울루의 연구적 기반을 사용하여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고 있다. 핀란드 교육문화부는 하나의 일괄적인 프로그램이 아닌 각 학교급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안내하며 지방자치단체에게 선택권을 주고 있다.
핀란드는 학생들의 정신 건강에 관심을 갖고 학교에 복지사, 간호사, 상담사 그리고 심리사를 배치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심리사의 역할을 살펴보면 학생 복지법에 따라 학생 개별 학습 지원, 정신 건강 증진 및 지원, 심리 평가, 정서 발달, 사회적 상호 작용, 학습 문제를 다루며 예방과 치료를 담당한다.
학생이 심리사 면담을 신청할 경우 최대 7일 이내에 심리사를 만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긴급하다고 여겨지는 경우는 신청 당일 면담이 가능하다.
이러한 학생 지원 서비스는 학교폭력 문제를 다루기 위한 회복적 지원으로 피해학생과 가해 학생 상담을 통해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활용된다. 현재 핀란드의 8-9학년 학생들이 복지사와 심리사의 지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78.9%, 72.5%, 고등학생의 경우 85.3%, 81%로 접근성이 꽤 높다고 볼 수 있다.
핀란드 교육부 장관은 최근 학교폭력은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모두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안겨주는 것을 강조하며 2,900만 유로(한화 약 377억 원) 예산을 투입하여 전국적으로 학교 상담 인력을 확충할 것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을 통해 학생 한 명당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며 학교폭력 문제를 더욱 면밀히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참고자료:김병찬(2012). 핀란드의 키바 코울루 (KiVa Koulu) 프로그램 및 한국교육에 주는 시사점.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네트워크 세계 교육정책 인포메이션.
임미나(2019.12.19.). 핀란드의 학교폭력 해결 과정과 정책 동향.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정책 네트워크 교육정책포럼 318호.
OECD(2019). PISA 2018 Results (Volume I): What Students Know and Can Do, PISA, OECD Publishing, Paris,
Ahtola, A., Haataja, A., Kärnä, A., Poskiparta, E., & Salmivalli, C.(2012). For children only? Effects of the KiVa antibullying program on teachers.Teaching and Teacher Education, 28(6), 851-859.
Salmivalli, C., Kärnä, A., & Poskiparta, E.(2011). Counteracting bullying in Finland: The KiVa program and its effects on different forms of being bullied.International Journal of Behavioral Development, 35(5), 405-411.
박예진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더저스티스(The Justice)는 모든 기사에 대한 독자여러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위 기사에 대한 소감, 정정이나 이의제기, 반박등의 의견이 있으시면 아래 이메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보내주신 내용을 확인 후, 신속히 답변 드리겠습니다.
postmoneynews@gmail.com
<저작권자 © 더저스티스(The Justice),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