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ARM 인수... 모바일 진출 교두보 될까

경제와 산업 | 2020-10-19 18:12:53

송광범 기자

엔비디아, ARM 인수... 모바일 진출 교두보 될까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주인이 바뀐다.

지난 9월 13일, 미국 그래픽 처리저장 업체 엔비디아는 ARM을 400억 달러(한화 약 47조 5,000억 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먼저 엔비디아는 계약금으로 20억 달러를 ARM에 지급하고, 215억 달러는 엔비디아 주식, 나머지 100억 달러는 현금으로 지불하는 조건으로 ARM 지분을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매입했다.

엔비디아는 ARM 케임브리지 본사에 세계적 수준의 AI 연구 시설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ARM의 기업 역량을 활용해 의료·생명과학·로보틱스·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의 개발을 전폭 지원할 방침이다. 영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유망 과학자·연구자도 유치해 ARM CPU로 구동되는 최첨단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학기술&ICT 정책·기술 동향'을 통해 "엔비디아의 ARM 인수는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혁신을 가속화하고 데이터센터와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전략기술 개발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이어 "CPU 설계 능력이 없는 엔비디아 입장에서 ARM은 미래 기술의 중심인 모바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 ARM, 소프트뱅크와 엔비디아

ARM은 스마트폰, 커넥티드 기기, 사물인터넷(IoT), 커넥티드 홈, 자율주행차, 슈퍼컴퓨터 등 첨단 ICT 기기에 반도체 설계 라이선스를 공급해왔다.

엔비디아, ARM 인수... 모바일 진출 교두보 될까

특히, 스마트폰 산업에서 ARM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삼성전자, 퀄컴, 애플, 화웨이를 포함한 전 세계 반도체 1,000여 개 기업이 ARM의 반도체 설계를 기반으로 모바일 AP(중앙처리장치)를 제작하고 있어 현재 전 세계 스마트폰 AP의 90% 이상은 ARM 설계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2016년 소프트뱅크는 세계 최대 기술 펀드인 '비전펀드'를 통해 ARM 지분 100%를 320억 달러(약 38조 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위워크나 우버 등의 투자 실패로 자금난을 겪게 되면서 ARM 매각 결정을 내리게 됐다. 이에 따라 소프트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ARM 지분 75%와 자회사 비전펀드 보유 지분 25%는 모두 엔비디아로 넘어가게 됐다.

◇ 엔비디아·ARM 인수 후 시나리오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RTX2080
엔비디아 그래픽카드 RTX2080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 세계 최강자다. AP 시장 글로벌 1위 ARM이 엔비디아와 만나면서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그동안 PC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해온 엔비디아가 설계 영역을 모바일 분야로 확장하면서 CPU와 GPU 기술을 동시에 아우를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반도체 설계와 제조 역량을 두루 갖춘 기업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예측된다.

PC 부문에서 엔비디아의 경쟁자는 AMD였다. 엔비디아가 ARM 인수로 모바일 AP 기술 역량을 흡수하면서 반도체 기업 간 경쟁 구도에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기존 모바일 AP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해온 삼성전자, 퀄컴, 미디어텍, 애플 등과의 경쟁 체제가 형성될 수 있어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ARM은 오픈 라이선스 형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수 계약 체결 후 엔비디아가 ARM 기술 사용료를 크게 높인다면 삼성전자 등 기업은 비용 부담이 커지거나 대체 기술을 찾아야 하는 등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망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ARM의 반도체 설계 IP를 구입해 모바일 AP를 설계해왔다. 엔비디아가 ARM 반도체 설계 라이센스 정책을 변경할 경우,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우 수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반도체 부문 사업을 확장한다면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역시 수주 기회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RM은 모바일 AP 외에도 AI·자율주행 등 시스템반도체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엔비디아가 ARM의 기술력을 활용해 해당 부문의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경우 인텔·IBM 등도 영향을 받게 된다. 국내 기업의 경우,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등 차세대 사업부를 확장하고 있는 SK하이닉스도 이번 인수 건의 잠재적인 영향 아래 있다.

엔비디아와 ARM 인수 합병에는 최소 1년 6개월가량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영국,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각국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ARM 본사가 위치한 영국은 일자리 감소 등을 이유로 이번 인수합병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기술 전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이 자국 반도체 업계 설계의 기반이 되는 ARM 인수를 거부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러한 쟁점들로 인해 엔비디아의 ARM 인수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송광범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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