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② 코로나19 위기 극복 위한 미국과 유럽의 대응 달라

경제와 산업 | 2020-10-19 00:00:00

박성진 기자

코로나 통제 능력에서 유럽은 미국의 우위에 있다. 코로나를 제어하려는 국가적 노력과 함께 경제활동을 완만히 재개하고자 했던 지역의 확산 강도는 최근 확실히 둔화되었다.

하지만 코로나 제어를 위한 충분한 노력 없이 경제를 섣불리 연 지역들은 그 대가를 치루고 있다. 각국의 경제정책 대응 능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러한 정책들이 온전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위기의 본질이자 시작점인 코로나 제어가 필수적으로 선결되어야 한다.

코로나 진정 여부는 해당 경제주체들의 경기에 대한 확신 강도에 차이를 가져온다.

그리고, 실제 경기 경로는 그러한 경제주체들의 심리들이 모여 결정되기도 한다. 자기실현적 예언인 셈이다.

코로나가 진정 되었으므로 이제 경제는 회복할 길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경제 주체들이 많다면 해당 지역의 소비와 생산, 투자는 기조적으로 회복되어 간다.

미국 vs. 유럽 코로나 신규 확진자 추세, 자료: Bloomberg, Johns Hopkins
미국 vs. 유럽 코로나 신규 확진자 추세, 자료: Bloomberg, Johns Hopkins
반면, 아직 코로나가 현재진행형인 지역들에서는 경제가 언제 다시 위축될 지 모른다는 보수적인 생각들 자체가 소비와 투자, 나아가 생산계획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최근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의 경제지표 반등이 고무적임에도 불구하고 4분기 미국 중심의 더블딥을 우려하는 시각이 점차 늘어나는 배경이다.

미국의 안이했던 대처는 경기 경로 전망에 차이를 가져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정책 측면에서도 제대로 된 성장정책(인프라투자, 구조개혁 등)을 펴기 위해서는 보건 문제가 일단락 되어야 한다.

코로나가 해결되지 못한 상황이라면 정부는 여전히 구멍을 메우기 위한 소득보전, 대출지원 정책들을 중심에 둘 수 밖에 없고, 성장정책은 미뤄질 수 밖에 없다. 소득보전 정책은 결국 코로나 상황과 맞물려 지속될 수 밖에 없을 텐데, 이는 다른 말로 코로나가 현재 진행중인 상황에서는 소득보전 명목의 재정이 얼마가 최종적으로 더 필요할지, 그 자체도 미리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정부의 소득보전 정책은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하지만,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창출하지 못하며 자원을 생산적이거나 효율적으로 재배분하기도 어렵다.

미 영구적 실업, 절대 규모 및 비중 높아지고 있어, 출처 : BLS
미 영구적 실업, 절대 규모 및 비중 높아지고 있어, 출처 : BLS
또한, 코로나 장기화는 궁극적으로 영구적 실업률, 장기 실업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위기의 특성상 과거 그 어떤 위기 때보다 일시적 실업 비중이 높은 반면 영구적 실업 비중은 낮다. 이 부분은 경기의 급격한 하강 속도만큼, 회복도 가파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의 가장 큰 근거이다.

하지만 4월 정점을 찍고 회복이 시작된 미국 실업률을 들여다보면 마냥 낙관하기 어려운 점들이 발견된다. 우선, 최근 실업 회복의 대부분은 경제 재봉쇄의 직접적 충격이 가장 컸던 소기업, 저숙련 서비스업, 저소득층에서 나오고 있다.

대면활동 자체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물이다. 하지만 중견 및 대기업에서 발생한 해고는 재고용으로 쉽게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이는 영구적 실업의 증가 현상과 맞물리는 대목일 수 있다. 전체 실업률은 지난 4월 이후 가파르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영구적 실업은 비중과 절대규모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서는 두 가지 특징을 유추해볼 수 있다.

첫째, 일시적 실업 상태로 여겼던 실업자들의 기존 일자리가 시차를 두고 부도가 나는 과정, 또는 일부만 재고용을 하는 과정에서 일시적 실업자들의 영구적 실업 전환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당장 대면활동 정지로 인한 해고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었던 기업들 가운데 향후 경기와 기업이익 전망이 훼손되는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고용 축소를 결정해 해고 결정을 내리기 시작했을 가능성이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업은 일시적이 아닌 영구적 실업일 것이며, 최근 같이 가파르게 회복되는 성격의 실업은 아닐 것이다.
국가별 실업률 충격 강도 비교, 자료: OECD
국가별 실업률 충격 강도 비교, 자료: OECD
어떤 위기들에 비해 국가별로 유사한 경기 충격을 가한 위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별 실업률은 매우 다른 양상을 보였다.

물론, 이러한 실업률 차이에는 각 국가마다 실업자와 취업자, 경제활동참가자를 정의하는 방식 차이에 기인하는 부분도 있다.

미국은 회사에서 “나중에 다시 부르겠노라”고 일시적 휴직을 권고한 노동자들도 실업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같은 케이스의 노동자들을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한다.

현재는 일자리가 없지만 동시에 “일자리를 찾고 있는” 실업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코로나 이후 이탈리아의 실업률은 오히려 떨어졌다. 어떤 국가들은 같은 성격의 노동자를 휴직 중인 “취업자”로 분류한다. 최근 이러한 형태의 실업들 비중이 상당했음을 감안해본다면, 국가별 정의에 따른 실업 데이터 차이도 다른 위기들에 비해 상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실업과 고용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국가는 미국이었다.

그 근본 배경은 “고용시장 유연성”에 있다. 미국은 그 어느 국가에 비해 고용시장이 유연한 국가이다. 단기적 위기라 하더라도, 해고에 대한 제도적 장벽이 낮은 고용시장 특성상 기업들은 빠르게 대규모 해고를 결정했다. 반면 노동자 보호 제도가 두텁게 설정되어 있는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의 실업률 및 고용률 충격은 미국에 비해 완만했다.

또한, 코로나 직후 정부 대응 방식도 실업 강도의 차이를 만들었을 것이다. 미국은 실업을 막기보다는, 실업자들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실업수당 지급에 집중했다. PPP라는 기업 고용유지 제도를 만들기도 했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여러 분석자료들이 최근 제시되고 있다.
국가별 고용률 충격 강도 전망치 비교, 자료: OECD
국가별 고용률 충격 강도 전망치 비교, 자료: OECD
반면 유럽은 기업의 해고를 최대한 방어하면서 근로시간 축소에 따른 임금 비용을 대신 지원해주는 정책을 폈다. 정부 정책이 소득보전 형태에 집중되었음은 공통점이지만, 형태가 달랐던 셈이다.

실업자 지원에 집중한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급증했고, 기업 임금비용 지원에 집중한 유럽에서 실업률은 안정적이었다.

코로나 사태는 그 어느 위기보다 큰 타격을 미쳤지만 동시에 그 어느 위기보다 단기적인 충격일 것으로 거론된다.

고용시장 경직성이 높은 사회에서, 그 시기만 견디면 될 것이라 생각한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고용을 최대한 유지했을 것이다. 해고를 하는 비용과 재고용을 하는 비용이 모두 높기 때문이다. 현재는 유연성이 높은 미국 고용시장 상황이 상대적으로 더욱 부정적이라 볼 수 있다.

경제 회복의 지속성, 체력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는 최종적 소비인 민간소비이다. 한 국가의 유의미한 경기회복 승부처는 민간소비가 얼마나 잘 회복되고 지탱 되느냐에 있을 것이다.

민간소비는 민간소득과 소비성향(가처분소득 대비 소비하는 비중)의 조합이다.

이 중 민간소득은 양 국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잘 지원을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지원 방식 및 고용 여부 측면에서 보면 소비성향에 있어서 보다 부정적일 수 있는 지역도 유럽보다는 미국이다.

본인이 현재 실업 상태에 놓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잠시 일을 쉬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소비성향은 회복력이 빠를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실업수당 자체를 둘러싸고 공화당과 민주당간 첨예한 갈등을 보여주고 있다. 8월 의회 휴회 전에 어떻게든 7월 종료될 실업수당의 연장 결정이 나온다 하더라도 한시적이고 과도기적인 성격의 조치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여전히 코로나가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면, 실업 상태에 놓인 가계들은 예측 가능한 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소비성향에 단연 부정적이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 보더라도 기업의 고용 계획은 보통 경기 회복을 확인한 이후, 후행적으로 회복되는 경향이 있어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유럽의 상황은 계속 고용이 된 채로 잠시 휴직기나 근로시간 단축을 지내고 있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현재 소득이 과거 수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사태가 진정되면 본래 일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일을 이어갈 수 있다. 지금의 소득 손실은 일시적이라는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또, 일자리를 다시 찾아 나서야 하는 마찰적, 시간적, 금전적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코로나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미국 대비 유럽의 회복 속도나 탄력이 우위에 있을 수 있는 배경이다.

박성진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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