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시장평균환율제도를 도입한 1990년 이후 2000년대 중반까지 원화는 엔화와 높은 연동성을 나타냈다. 높은 수출의존도, 유사한 산업구조로 인해 엔화환율 변동이 원화환율에 핵심지표로 작용했던 것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중국의 경제규모가 급속도로 확대되는 가운데 대중국 수출비중이 크게 높아진 한국의 외환시장은 폐쇄된 중국 외환시장을 대신해 거래할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금융위기 전까지 달러/원 환율은 달러/위안 역외 선물환율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위안 vs. 원, 위안 vs. 대만달러 상관관계, 출처: Bloomberg
금융위기 직후 중국당국이 달러/위안 환율을 8.3 위안으로 고정했다. 이후 2010년 6월부터 위안화 환율의 변동을 허용한 이후 달러/위안이 달러/원에 미치는 영향은 보다 긴밀해졌다.
중국 금융시장이 점진적으로 개방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경제 구조의 중국과의 높은 연관성, 한국 금융시장의 접근성과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중국 이슈에 대한 대체통화로서 거래유인도 분명히 존재한다.
올해 코로나 사태는 소위 중화권 환율의 연동성을 더욱 높였다. 우선 코로나의 국가별 전개 및 통제 양상에 편차가 컸고, 그에 따른 경제적 영향도 뚜렷했다.
코로나 통제 상위권 국가에 중국, 대만, 한국이 자리잡고 있다. 또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생활방식이 확산되며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의 타격이 상대적으로 적어, 제조업과 기술주 산업구조를 가진 중국, 대만, 한국의 상황이 서비스업 및 여행 산업 비중이 높은 국가와 대비되어 증시 성과도 확연히 차이가 나고 있다.
이들 국가간의 환율 연동성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지만 환율 변동 폭은 각국 외환수급 여건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코로나를 적극 통제한 후 가장 빠르게 경제 정상화에 나섰다. 최근 수년간 급증했던 여행수지 적자가 대폭 줄어들면서 2분기 경상흑자는 1,196 억달러(작년 연간 경상흑자 1,413 억달러)로 2008년말 이후 분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외국인 채권자금이 850억달러가 대량 유입되며 현재 중국은 경상 및 자본부문에서 외화공급이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대만의 경상수지 vs. 증권투자수지.출처: Bloomberg
대만은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IT 관련 수출 호조로 경상흑자는 분기 200억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한국은 배당지급과 무역흑자 급감으로 2분기 경상수지는 58억달러로 2012년 1분기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대만의 증권투자수지는 순유출을 기록했다. 외국인이 2분기 연속 주식을 순매도했고, 2분기부터 대만자금의 해외투자가 재개된 영향이다.
하지만 금융계정 순유출 규모는 경상흑자보다 적어 외환수급은 공급 우위가 유지되었다. 한편, 한국은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에도 채권자금 유입이 상쇄해주었지만, 경상흑자 감소속에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지속돼 외환수급은 매우 타이트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경상수지 vs. 증권투자수지, 출처: 한국은행
결국 환율의 방향성은 유사하더라도 각국이 처한 외환수급 상황은 환율의 미시적 변동 시기와 움직일 수 있는 폭에 차이를 만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도 3분기 경상흑자 규모가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국과 대만에 비해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상대적으로 원화 강세에 제약으로 작용하는 현상이 이어질 것이다.
한편 지난 9월 24일 WGBI 편입은 위안화와 동반한 원화 강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과거 중국 금융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한국내 외국인 자금 유입을 감소시키거나 외국인 자금의 중국 이동을 촉발할 것에 대한 우려가 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외국인의 한국 자산시장에 대한 태도는 선진국의 그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을 정도로 변화되었다.
앞으로도 중국 금융시장 개방 진행과정에서 거래가 자유롭고, 유동성이 풍부하며, 파생상품이 발달되어 있는 한국시장을 중국 시장에 대한 대체거래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미중 패권전쟁이 격화되는 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전선의 한 축에 놓여 있다고 하더라도 원화와 위안화의 긴밀한 관계는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성진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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