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크리에이터 대신 가상의 존재를 내세운 일명 가상 크리에이터 마케팅이 주목을 끌고 있다.
크리에이터 마케팅이 활발해짐과 동시에 크리에이터의 스캔들, 허위 광고 등 각종 논란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에 등장한 것이 가상 크리에이터다. 가상으로 만든 인물이 스캔들을 일으키지 않고, 비용 측면에서도 인간 크리에이터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가상 크리에이터는 기업 마케팅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다. 기업은 가상 크리에이터 이용해 마치 실존하는 인물처럼 SNS상에서 팬들과 전략적으로 소통한다. 가상 크리에이터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위주의 디지털 이미지부터 채팅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챗봇, 물리적인 몸체를 가진 휴머노이드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매우 다양하다.
유명한 가상 크리에이터 중 패션 분야에서 활약하는 릴 미켈라(Lil Miquela), 쇼두(Shudu) 등이 대표적인 이미지 중심의 가상 크리에이터다. 소피아(Sophia)나 에리카(Erica)는 물리적인 형태를 지닌 인공지능 기반의 로봇에 가깝다.
■ 릴 미켈라
가상 크리에이터 미켈라는 17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크리에이터다. 미켈라는 샤넬, 발만 등 유명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 중이다. 사진=유튜브
미켈라는 디지털 캐릭터 제작업체가 출시한 가상 크리에이터다. 인스타그램에 계정을 만든지 3년 만에 전 세계 팔로워 수가 170만 명을 돌파했다. 미국 LA에 거주하는 19세의 브라질계 미국인 소녀로 설정된 미켈라는 가상의 존재다. 하지만 미켈라는 브라질 출신의 스페인 혼혈이며 뮤직 아티스트라는 구체적인 프로필을 갖추고 있다.
미켈라는 음악 페스티벌의 인터뷰어로 발탁되기도 하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하기도 했다. 2017년에 발표한 싱글 앨범인 <Not Mine>은 쇼피파이에서 무려 150만회 재생됐다.
패션 감각을 과시하는 미켈라는 명품 애호가로서 샤넬, 발만, 몽클레어 등 유명 패션 브랜드를 위해 모델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해에는 자체 패션 브랜드인 ‘Club 404’를 출시하기도 했다.
■쇼두
쇼두는 인스타그램에서 19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캘빈클라인, 디올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다. 사진=European CEO
쇼두는 영국의 컴퓨터 그래픽 아티스트가 제작한 가상의 모델이다. 쇼두는 인스타그램에서 19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처음 쇼두가 인스타그램에 등장했을 많은 사람이 그가 가상 인물인지 모를 만큼 사실감이 뛰어났다. 짙은 색 피부와 완벽하게 대칭적인 얼굴을 가진 남아프리카 출신의 가상 패션모델이었다.
최초의 디지털 모델로 불리는 쇼두는 소셜미디어 상에서 유명인들의 디지털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다. 또 캘빈클라인, 디올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도 하고 있다. 쇼두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명성을 얻게 되면서, 유명 패션 브랜드가 쇼두와 계약을 추진했다. 쇼두는 발만의 광고, 팬티 뷰티의 립스틱 모델로 활동을 했다.
■ 에리카
에리카는 일본에서 개발한 로봇이다. 에리카는 명품 브랜드 캠페인과 뉴스 앵커 역할을 한다. 사진=Appwikia
에리카는 일본 오사카 대학교 지능로봇연구소가 만든 인공지반 기반의 로봇이다. 에리카는 2018년 명품 브랜드 구찌의 캠페인에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23세의 일본 여자로 설정된 에리카는 뉴스 앵커를 대신해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의자에 앉아 뉴스 원고를 읽는 앵커의 모습이 사람처럼 자연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가상 크리에이터가 마케팅 분야를 넘어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 가상 크리에이터의 잠재력
첫째, 가상 크리에이터는 대중들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매력과 당대의 유행 감각 등을 융합시켜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 지금까지 가상 크리에이터를 내세운 마케팅이 주로 패션, 뷰티, 라이프 스타일 등의 영역에 집중되어 있는 것도 이러한 특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인간 크리에이터에 비해 위기관리가 쉽고 간편하다. 각종 스캔들로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 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스캔들을 일으킨 광고 모델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받고 모델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셋째, 브랜드 이미지에 맞춰 활동 범위를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재능이나 물리적 특성에 따라 활용 영역이 제한되어 있는 반면 가상 크리에이터는 가수, 배우, 운동선수 등 다양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 가상 크리에이터의 한계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기대하는 것은 브랜드의 진정성과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친근함이다. 가상의 창조물인 가상 크리에이터가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상 크리에이터 도입을 검토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은 브랜드 신뢰도와 진정성에 잠재적인 손상을 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가상 크리에이터의 활용범위가 이미지만으로 판매효과를 높일 수 있는 업계에 집중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실제로 크리에이터 마케팅의 장점은 단순히 브랜드나 제품을 광고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제공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잠재 고객과의 신뢰 구축을 위한 채널을 열어 궁극적으로 소비자 선호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충성도를 높여 소비자가 신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런 특성을 가공의 존재인 가상 크리에이터가 어느 정도까지 실현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다고 해도 가상 크리에이터가 실제 사람이 아니며 스스로 생각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존재가 아니다. 이러한 사실을 소비자가 자각할 때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가상 크리에이터는 블로그 시절부터 진화해온 소셜 네트워크 기반 마케팅 도구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아주 새롭거나 파격적인 시도는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크리에이터 마케팅에 따른 리스크 관리에 있어 효용을 높이고 브랜드가 효과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인간 크리에이터를 뛰어넘는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안희주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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