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상자가 하나 있다.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상자 속에는 망치, 독약, 방사능 붕괴를 측정하는 가이거 계수기와 고양이가 들어있다. 이 상자에 방사성 원소를 넣는다고 가정해보자. 방사성 원소는 1/2의 확률로 붕괴하는데, 가이거 계수기는 이를 측정해 망치로 독약을 내리쳐 고양이를 죽게 만든다.
우리가 상자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고양이는 죽었을까? 살아있을까?
◇ 양자역학의 꽃, 슈뢰딩거 고양이 역설
고양이는 살아있으면서 죽어있는 중첩 상태다.
코펜하겐 해석의 핵심은 우주의 모든 물질이 관측 전에는 중첩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슈뢰딩거의 고양이 역시 관측되지 않았다면 두 가지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우리가 이 불쌍한 고양이의 생사를 알기 위해 상자를 여는 순간, 고양이의 운명은 결정된다.
다시 한번 리처드 파인만의 명언을 떠올려보자.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아무도 없다" 보어의 코펜하겐 해석 역시 우리가 이해할 필요는 없다. 받아들이면 된다.
◇ 역설의 역설
슈뢰딩거는 고양이가 살아있으면서 죽어있다는 양자역학의 역설적 설명을 비판하기 위해 이와 같은 사고 실험을 고안했다. 그런데, 오히려 양자역학의 해석을 뒷받침하게 되면서 오늘날 가장 유명한 양자역학 실험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 실험은 코펜하겐 해석이 갖는 한계를 명확히 짚어낸다. 보어를 비롯한 양자역학을 인정하는 과학자들은 거시세계에는 뉴턴의 고전역학이, 미시세계는 양자역학이 지배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거시세계와 미시세계의 기준은 무엇인가?
◇ 그래서 고양이는 어떻게 된 건데?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누군가 슈뢰딩거 고양이 이야기를 꺼내면 총으로 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그만큼 어렵고 난해한 문제다.
풀러렌은 탄소원자 60개로 이뤄져있다. / 사진제공=위키피디아
아직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은 고양이 역설을 설명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양자물리학자 안톤 차일링거는 거대분자 풀러렌을 이용해 이중슬릿 실험을 진행했다. 풀러렌은 지름이 1나노미터에 불과한 아주 작은 입자지만, 양자역학 측면에서는 고양이만큼 커다란 물질이다. 차일링거는 풀러렌과 같은 거대분자도 파동성을 보인다는 것을 입증했고, 분자 크기를 키워가며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누군가 고양이를 이중슬릿에 던졌다고 가정해보자. 고양이가 이중슬릿을 통과해 뒷면 스크린에 도착할 때까지 어떤 관측도 없다면 고양이는 파동성을 보일 것이다. 살아있거나 죽어있는 상태가 중첩돼 존재한다는 의미다. 핵심은 절대로 관측을 당해선 안 된다!
차진희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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