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데이터의 흐름은 새로운 인프라와 비즈니스, 정치 구조를 만들어내며 사회 전반의 구조와 형태에 영향을 주고 있다. 글로벌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를 21세기의 원유로 비유하며 글로벌 경제의 성장과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전 세대의 자원과는 달리 새로운 방식으로 추출되고 정제되며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매매·판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2차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9세기, 석유의 확보가 국가 성장의 원동력이 됐던 것처럼 데이터 확보와 가공 역량에 따라 미래 국제 질서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예일대 데이비드 지런터(David Gelernter)교수는 데이터가 만들 미래 세계를 '미러월드(Mirror Worlds)'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s)' 기술을 기반으로 가상 세계와 물리 세계가 밀접하게 연결된 것을 일컫는 말이다. 이때 사용된 디지털 트윈 기술은 현실 세계의 사물·환경과 동일한 쌍둥이를 가상공간에 만들고, 발생 가능한 상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검증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다양한 센서와 네트워크로 만들어지는 미러월드는 단순한 복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결국, 인간은 데이터와 더욱 밀접해져, 데이터에 기반하고 데이터에 의해 돌아가는 생활권으로 돌입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트윈은 세계 경제에 나타나게 될 변화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 경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망했다.
◇ 데이터 경제의 '이율배반성'
17년 전, 인간에 대한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게놈 배열 순서가 최초로 밝혀졌다. 이를 우리가 알고 있는 데이터의 단위로 환산하면 약 3GB, DVD 한 장 분량이 된다. 지난해,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23앤미(23andMe)'는 자사의 고객 수가 천만 명을 넘겼다고 밝혔다. DVD 한 장짜리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 최소 천만 장 이상의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 IDC는 2020년과 2021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약 90 ZB(제타바이트)의 데이터가 생성될 것으로 예측했다. DVD 19조 장에 해당하는 데이터 양이다. 컴퓨터가 처음 등장한 이후 생산된 모든 데이터보다 근 2년만에 축적된 데이터가 더 많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자원으로서의 데이터는 일정 부분 소유·거래가 가능한 자원이다. 23앤미와 같이 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가공해, 자사 서비스에 이용할 수 있다. 유전자 검사 플랫폼으로서 더 확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가공해 새롭게 응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데이터는 사유재의 성격과 함께 공공재적인 면 또한 갖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부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이, 널리 사용되야 한다. 따라서 데이터 경제는 급속한 성장보다 사유재이자 공공재라는 이율배반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 데이터 인프라의 미래: 집중과 분산
데이터가 많이 모인 곳에는 기회와 위험이 동시에 존재한다. 오늘날 기업들은 거대한 중앙 센터에 대부분의 데이터와 서버를 집중 시켜 관리한다. 이 방법은 에너지 소모가 심하고 개인 정보 유출 등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일부 기업은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데이터 센터를 분산 시켜 관리하는 '엣지 컴퓨팅'을 연구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차세대 경제 인프라를 '중앙집중형 모델'과 '엣지형 모델'이 주도할 것으로 분석한다. 아마존 클라우드 서비스 'AWS'로 잘 알려진 중앙집중형모델은 중앙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로 모든 데이터가 모여 저장·처리된다. 반면 엣지형 모델은 데이터 수집 장소와 최대한 가까운 곳에서 정보가 실시간으로 처리되도록 데이터센터를 분산시키는 방식이다. 두 가지 중 어떠한 방법이 더 효과적일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데이터 주권'과 '가상국경'의 등장
미국 첩보기관의 염탐행위나 Facebook 등 다국적 기업의 정보유출 등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데이터 주권(Digital Sovereignity)'이 큰 이슈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 정부는 자국의 국민, 주권, 경제 보호를 위해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을 차단하고 있다. 데이터 국외 이전을 방지 하기 위한 국가별 노력은 '가상 국경'을 탄생시켰다. 디지털 세계에서도 국가 간 경계가 생기고, 그 경계를 넘기 위해 국가적 협력이 필요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은 개인정보보호규정에서 기업이 안전장치를 갖춘 경우, 데이터 전송의 목적지 국가가 보호 수준을 마련하고 있는 경우에만 EU를 벗어날 수 있도록 했다. 러시아의 경우, 러시아 땅 안에 있는 서버에서만 데이터를 처리하고 저장할 수 있다. 중국은 대부분의 국제 데이터 흐름을 차단하고 있다.
데이터 주권과 처리 문제가 한 나라의 영역을 벗어나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면서, 향후 글로벌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박미소 기자 postmoneynew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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